짐 자무쉬 감독, 포레스트 휘태커 주연의 영화 ‘고스트 독’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Matters of great concern should be treated lightly. Matters of small concern should be treated seriously.” 번역하자면 ‘중요한 일일수록 가볍게 대하라.

작은 일일수록 진지하게 대하라.’가 된다. 중요한 일일수록 가볍게 대해야 실수하지 않고, 작은 일일수록 진지하게 대해야 거만하지 않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실험영화와 독립영화의 차이점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둘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사소한 일일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지만 고스트 독의 대사처럼 실험영화와 독립영화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으면 거만해진 나머지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험영화와 독립영화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험영화와 상업영화의 차이를 알아야한다.

실험영화란 ‘움직이는 그림을 어떻게 새롭게 보여줄까 고민하는 영화’다. 익숙한 지각으로 파악하기 힘들며, ‘영화를 보여주기 위한 매체성’을 끊임없이 보여주기 위한 영화다보니 실험영화는 혼란스럽고,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쉽게 말해 실험영화란 ‘미래의 영화’라 할 수 있다. 반면 상업영화는 내러티브(텍스트)가 있는 영화다. 즉, 줄거리가 있는 영화라면 상업영화라 생각해도 무방하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의 한 갈래로 자본의 영향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를 추구하는 영화다. 그러므로 실험영화와 독립영화는 엄연히 다르다. 실험영화는 ‘줄거리가 없는 영화’, 독립영화는 ‘줄거리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다보니 영화계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광주 영화계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를 홍보하는 인터넷 게시글에 요상한 댓글이 달린다.

한국에 최초로 실험영화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57년이다. 1960년대에는 유현옥이 ‘선’, ‘춘몽’과 같은 작품을 연출했으며, 1975년에는 이화여대 영화동아리 ‘카이두 클럽’이 <여성과 영화세계>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992년에는 ‘뉴이미지그룹(이후 실험영화연구소로 개칭)’이 결성되어 <제1회 실험영화제>를 개최했다. 2004년에는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14년부터 실험영화아카이브를 준비해 현재 라이브러리파크에 ‘아시아의 실험영화’라는 타이틀로 아시아실험영화 아카이브(책임연구원 김지하)를 전시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7월 20일 ‘ACC 시네마테크’를 열었다. 시네마테크란 ‘영화를 연구하고, 소개하고, 제작에 영향을 주는 기구’다. 업무에 배정된 인원과 실험영화에 대한 관심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아시아실험영화 아카이브와 ACC 시네마테크를 조성한 실무자들의 노고가 귀하다.

사회가 다양화된 만큼 주장도 다양화 되었고, 설득을 위해 이미 만들어진 이론들은 이시대의 다양화된 주장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비체(Abject)에 주목하고 있다. 비체란 ‘동일성이라는 체계와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 경계와 안팎을 넘나드는 것, 고체화되지 않기에 어떤 규정이나 언어로도 잡히지 않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학계가 비체에 주목하는 국면에서 필자는 이제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게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고, 서로의 주장을 서로가 넘나드는 것이 이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임을 읽는다. 동양철학의 ‘중용(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상태)’처럼 말이다.

아시아실험영화 아카이브와 ACC 시네마테크를 잘 자라게 돕는 것은 관객의 권리이자 의무다. 관객이 권리행사와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때 한국영화계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고, 이는 다시 관객에게 풍성한 영화라는 열매로 돌아올 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도 보고, 상업영화도 보고, 독립영화도 보고, 실험영화도 보는 ‘비체 시네필’로 거듭나길 권한다. 그리고 전당에 격려한다. 엄청난 관객을 몰고 다니는 마치 세이렌의 노래와 같은 자본의 노래에 귀를 열돼, ‘오딧세우스’처럼 실험영화라는 돛대에 신념이라는 밧줄로 자신을 단단히 묶어라. 그리고 시네마의 이타카로 관객을 인도해주시라.

** 윗 글은 <광주 아트가이드> 106호(2018년 9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