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돌 광복절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가 섬진강 바위에 앉아 보따리를 곁에 두고 평화와 통일의 상징 지리산을 바라보는 '평화의 소녀상'이 구례에 건립됐다.  

구례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군민추진위원회(집행위원장 황인중. 이하 추진위)는 지난 15일 구례 서시천 체육공원에서 ‘구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광복절 73돌을 맞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체육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소녀상은 구례 광의면 출신으로 일본본위안부로 끌려 갔다 생환하여 일제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촉구해온 고 최갑순 할머니의 어린시절을 형상화했다. 제작 김희상 조각가. ⓒ구례군청 제공


추진위는 "구례 평화의 소녀상은 어떤 특정 대상에 대한 미움의 상징물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앎으로서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생명·인권 유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성을 생명의 관점에서 반성하자는 다짐의 징표"라고 설명했다. 

'구례 평화의 소녀상'은 다른 지역과 달리 1919년 구례 광의면 출생으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온 최갑순 할머니의 삶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지난 2015년 세상을 뜬 최갑순 할머니는 중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삶을 살면서  모진 고초를 겪다가 해방이 되자 4년 만에 고향 구례로 돌아왔다. 이후 거처를 서울로 옮겨 양아들과 함께 살면서 일본군 위안부 만행을 공개 증언하는 등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운동에 앞장섰다.    

소녀상 제작자 선정도 투명하게 열린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진위는 지난 6월 21일 위원들과 군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가들로부터 작품 구상을 듣고 투표를 통해 김희상 조각가를 선정했다.  
 

섬진강 바위에 앉아서 지리산을 바라보는 평화의 소녀상. 오른쪽 보따리는 '희망과 미래'를 상징한다. ⓒ구례평화의소녀상건립범군민추진위원회 제공
15일 제막한 구례 평화의 소녀상 앞에 빨간 버선 고무신이 놓여 있다. ⓒ구례평화의소녀상건립범군민추진위원회 제공


국립5.18민주묘지 청동 부조, 박종철 열사 추모비, 김남주 시인 시비, 들불7열사 추모비 등 민주인사들의 작품을 제작해온 김희상  작가는  "구례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였던 최갑순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전쟁의 폭력성을 담아내고 당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회적 약자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소녀상 옆 보따리는 섬진강 바위에 앉아 지리산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잘 살아보겠다'는 소녀의 '희망과 미래'를  상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공동위원장을 맡아 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을 이끌었던  양문석 구례향교 전교,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이무곤 이장단 협의회장, 최경옥 새마을부녀회장, 임채남 구례여성농민회장, 문필자 귀농귀촌협의회장, 이윤우 다문화가정협의회장, 선동주 구례고 학생회장, 김민주 구례동중 학생회장 등 9명이 참석했다.

또 정인화 의원, 김순호 구례군수, 김송식 구례군의회 의장 등 구례군민 150여 명이 지켜본 가운데 문화행사와 본 행사 등으로 진행됐다. 

구례 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은 지난해 11월 4일 '지리산 피아골 단풍축제'에서 구례군 8개 읍·면 청년회원들이 첫 발의을 한 후 수 차례 준비모임을 거쳐 올해 3월 중순부터 기금운동을 시작해 5500만원을 모았다. 
 

지난 15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 체육공원안 매천 도서관 앞에서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구례평화의소녀상건립범군민추진위원회 제공
구례 평화의 소녀상. ⓒ구례군청 제공


황인중 구례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구례 각계각층이 기금운동에 동참한 가운데 특히 구례 향교 회원들은 모금 봉투에 한 분 한 분 이름을 적어서 보내기도 했다"며 "학생들은 바자회 등으로, 출향 향우회원들도 한 푼 한푼 소중한 마음을 보태주었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광복절에 제막한 ‘구례 평화의 소녀상’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에게 ‘역사는 기억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난다’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학습의 장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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