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상씨, 64세에 독학사 딴 패션계 거장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우리나라 패션 일러스트의 선구자로 통하는 김경상씨가 2일 오전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5회 독학사 학위수여식에서 최고령자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을 받고 있다. swimer@yna.co.kr/2007-02-02 14:16:36/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면서 나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싶었습니다. 공부하면서 예측했던 것보다 몇 배나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패션 일러스트의 선구자로 통하는 김경상(가정학.64세)씨는 2일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15회 독학사 학위수여식에서 최고령자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을 받고 수상 및 학위 취득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김상이란 예명을 갖고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맹활약하면서 서울 소재 2개 대학 강단에서 20년 이상 강의해온 김씨가 `늦깍이 학사학위'에 도전하게 된 것은 학력 콤플렉스 때문은 아니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그 분야(패션계) 역시 나름대로 학력의 벽이 두텁지요. 그러나 제가 독학사 취득을 결심한 것은 학력 콤플렉스 때문은 아닙니다.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면서 나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제가 예측했던 것보다도 몇 배나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교원 양성 교육기관이었던 서울사범학교를 졸업한 19살의 나이에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아 몇 년 간 고사리손들을 가르치다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패션업에 대한 동경 때문에 교편을 놓고 패션계로 전직했다.

그 후 30여년 동안 4년제 정규 대학 졸업자들과 피나는 경쟁을 벌인 끝에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으며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이너를 위한 패션 스케치', `김상s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집' 등의 저서까지 남겼다.

그는 학력의 굴레에 맞서 긴긴 세월을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기에 "남을 나보다 낫게 여겨라'라는 겸손을 배울 수 있었고 세상 질서에 순응하는 예의도 배울 수 있었다며 독학사 제도의 장점을 더욱 보완한다면 이 제도는 경쟁력 있는 국가 주역을 길러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16년간 수형생활을 하면서 이미 2개의 독학사를 갖고 있던 이군(37)씨가 영어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22살 때 저지른 범죄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외아들인 자신을 대학까지 보내는 게 꿈이었던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학업에 매진해 고졸검정고시를 거쳐 지금까지 3개의 독학사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

1997년에 출가해 10년간 수행해오다 국어국문학 학사를 받은 비구니 박은영(38.법명 심근)씨와 독학사 제도가 도입된 1990년에 입문해 무수한 좌절 끝에 경영학 학사를 취득한 연도흠(42.군인)씨도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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