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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계엄령과 하극상누구를 위한 군인가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18.07.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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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쿠데타

“친애하는 애국동포 여러분, 은인자중(隱忍自重)하던 군부는 드디어 금조(今朝) 미명(未明)을 기해서 일제히 행동을 개시하여 국가의 행정·입법·사법의 삼권(三權)을 완전히 장악하고 이어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하였습니다.

군부가 궐기한 것은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권과 기성 정치인들에게 이 이상 더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맡겨둘 수 없다고 단정하고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방황하는 조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1961년 5월 16일. 육군 소장 박정희가 주도한 군사쿠데타(군사반란)는 출범 1년밖에 안 된 민주당 정권을 엎어버렸다. 군사반란은 새벽 3시경부터 4시 30분까지 서울을 완전 장악했고 반란군은 국가 주요 기관을 장악했다. 이들은 이른바 6개 항의 혁명공약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KBS는 혁명공약을 엄숙하게 읊어댔다.

혁명공약

첫째, 반공(反共)을 국시(國是)의 제일의(第一義)로 삼는다.
둘째, (유엔)헌장 준수.
셋째, 모든 부패와 구악(舊惡)의 일소(一掃).
넷째, 민생고를 해결.
다섯째, 민족의 숙원인 국토통일을 위해 공산주의와 대결할 실력을 배양.
여섯째, 과업이 성취되면 군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

…라고 했지만 군사독재는 계속됐다. 고기 맛을 본 것이다.

1961년 5월 18일. 서울시청 앞 광장을 육사 생도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했다. 혁명(쿠데타) 성공을 축하하고 지지하는 행진이었다. 시청 앞 단상에는 색안경을 쓴 육군 소장 박정희가 행진을 내려다보고 곁에는 박종규·차지철이 권총을 찬 채 박정희를 경호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 최고의 아나운서인 KBS의 임택근이 생도들의 행진을 생중계하고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쿠데타는 성공했다.

■12·12 반란

국군기무사령부.


군사 쿠데타는 한 번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기무사령관 출신의 육군 소장 전두환이 또다시 쿠데타를 자행했다. 12·12쿠데타다. 박정희가 궁정동 술판에서 시해된 후 합수부장으로 등장한 기무사령관 전두환은 12·12를 통해 한국 정치를 장악했다. 계엄사령관 정승화를 구속됐다. 전두환은 한국 정치 권력의 주인공이 되었다.

악명 높았던 기무사는 요즘 다시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을 보면서 몸서리치지 않은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기무사의 과거를 아는 국민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 그들이 저지른 만행은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

■기무사의 계엄령

박근혜의 탄핵이 기각되면 당연히 국민이 봉기할 것이고 이를 기회로 위수령을 발동하고 이어서 순서대로 계엄령을 선포한다. 기무사에겐 계엄령에 얼마나 익숙한가. 숙달된 조교처럼 일사천리로 진행할 것이고 국민은 다시 군부독재 밑에서 신음할 것이다.

계엄선포문

정부는 탄핵 결정 이후 집회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시위대의 무장 및 폭동 강력범죄 확산 등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됨에 따라 공공의 안녕질서를 회복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의 위기를 종식시켜 헌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전국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1. 계엄의 종류 : 비상계엄
2. 계엄지역 : 전국
3. 시행일지 : 2117년 00 00
4. 계엄 사령관 : 육군참모총장 육군대장 000

대통령 권한대행

준비된 계엄선포문이다. 이걸 준비하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미루어 생각하면 된다. 5·16을 겪고 12·12를 겪은 국민들은 잘 알 것이다.

그들은 계엄령이 선포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지지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미국에 계엄을 인정토록 협조를 요구한다고 했다. 말이 협조지 애걸을 하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은 오로지 미국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같다. 1961년 5·16 박정희 쿠데타와 1980년 12·12 계엄을 그대로 빼닮았다.

국회는 계엄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국회가 계엄해제를 결의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회의장이 계엄해제를 직권상정 해 표결을 못 하도록 대책을 세웠다. 국회의원을 체포한다고 했다. 언론사에는 조정관이 상주한다. 방송은 쿠데타를 찬양할 것이다. 새로운 땡전 뉴스를 들어야 할 것이다.

통행금지 보도검열 등 국민의 자유는 완벽하게 사라진다. 서울을 비롯한 중요도시는 무장한 계엄군의 감시 아래 국민은 밥 먹고 자는 것밖에 할 일이 없다. 그럼 정치는 누가 하는가. 5·16 후 최고회의가 있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완전무결하게 사라질 것이다. 세계가 찬사를 보내던 촛불은 어디로 갔는가.

■하극상, 누구를 위해

7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과 관련해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회의다. 누가 거짓말을 했느냐가 드러날 것인가. 계엄령 계획과 관련해 기무사는 제대로 장관에게 보고했는가. 장관은 보고를 받고 깔아뭉갰는가.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관은 이날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3월 16일 문건보고 당시의 상황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사령관은 “장관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20분 정도 대면 보고했다”고 했고 장관은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정복 차림에 훈장을 단 대령 하나가 등장한다. 100기무부대장이다. 그는 장관이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기막힌 일이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무사 고위 장교들이 국방부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건군이래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진실의 문제는 나중이다. 원칙이 무너졌다. 이런 만용이 어디서 나오는가. 대령은 자신의 36년 군대 생활과 명예를 걸었다고 했다. 공개석상에서 직속 상관인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 게 명예인가. 대장출신의 장관에게는 명예가 없는가.

26년 기무부대 근무를 하면 장관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도 되는가. 기본이 문제다. 기무사 일부 정치 장교들의 안하무인 격인 기본자세를 국민이 똑똑히 목격했다.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밝힐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 머리가 나쁜가. 오죽하면 국민이 하극상이라고 하는가. 이는 장관에 대한 항명뿐이 아니라 바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찌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정치군인은 가라

12·12는 전두환의 내란이었다. 전두환은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불법으로 구속했다. 자신의 보직변경을 미리 알고 선수를 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번에 계엄령 문건을 보면서 전두환의 12·12를 떠 올린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지금 국방개혁의 여론이 국민의 공론이다. 그 중심이 기무사다. 기무사 대위가 장군을 능가하는 권력을 휘두른다고 한다. 그 좋은 권력을 잃는 것이다.

계엄령의 결과물이 12·12의 결과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일부 기무사 정치 장교들이 갖고 있었을 것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러나 너무 조급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12·12 당시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불면 꺼지는 촛불 수천만이 모여 민주혁명을 성공시킨 국민이다. 박근혜를 탄핵한 국민의 힘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가.

정신 못 차렸으면 차리도록 해줘야 한다. 기무사 해체를 거론한다. 해체가 필요하면 해야 한다. 이제 어떤 경우든 정치군인이 정치에 개입하고 이를 애국으로 합리화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군은 국민을 위해

정치군인의 효시는 박정희다. 뒤이어 등장한 전두환과 노태우다. 전두환과 노태우 등 정치군인의 산실인 육사 출신 일부 정치군인들은 그들의 끈끈한 동질의식으로 하나회와 알자회를 구성하고 대한민국 군의 특수층으로 군림해 왔다.

기무사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군과 또 다른 의미의 조직이다. 기무사 군인과 일반 군인과의 괴리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무사 장교들의 특권의식을 군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번에 전 국민에 공개된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제 군의 정치개입은 차단해야 한다. 정치군인의 꿈을 꾸고 있었다면 깨끗이 버려야 한다. 군은 조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국방의 임무를 다 함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그것이 군인의 최고 영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계엄 문건이) 실행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행계획이 아닌 건 아니다”

쏘지 않을 총에 왜 장전을 한단 말인가. 계획은 실행에 전제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kmlee3612@fact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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