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혐오 학술 세미나에 미온적 태도"

성명 [전문]

성소수자 혐오에 대해 응답하라, 전남대학교 인권센터!
- 소수자 혐오 학술 세미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전남대학교를 규탄한다 -

지난 6월29일, 전남대학교 인권센터(이하 인권센터)는 5월31일 열린 ‘종교와 양성평등’ 학술세미나에 대해 “본 센터에서 다룰 수 없는 사안”이라며 진정 기각 결정을 내렸다.

광주혐오대응문화네트워크가 6월5일 전남대에서 “‘종교와 양성평등’ 학술세미나에서 이뤄진 성소수자에 대한 반인권 행위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요구” 기자회견을 갖고 인권센터에 전달한 진정서에 대한 답변이었다.

인권센터는 진정 답변서를 통해 “대학 내 연구소가 개최한 학술 세미나에서 개인 연구자가 발표한 주장에 대해, 그것이 타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지 않는 한 대학 당국에서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 책무나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 ‘성등평 및 양성평등의 개념과 차별의 사회적 중요성’이라는 발표가 과연 ‘타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발표는 ‘성평등’을 제목에서부터 ‘성등평’으로 서술한 것부터 오타로 가득 찬 발표문 본문까지, 소수자를 차별을 할 수 있는 권력에서 나온 안일함으로 가득 차있다.

발제자인 전남대학교 이은주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사회적 차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게 되면 비정상적이고 부도덕한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정상적으로 판단되어 ‘성’과 관련한 사회질서의 붕괴가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는 사람이 폐암에 걸릴 확률보다 동성애자가 에이즈에 걸릴 확률이 20배 더 높다”며 HIV 감염인에 대한 혐오를 함께 드러냈다.

특히 발표문이 주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다. 이은주 교수는 “단지 객관적인 의견을 말했다 하더라도 괴롭힘이 성립될 수 있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본래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지,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사회적 약자를 ‘사회적 차별’ 할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이런 식의 논지를 전남대학교의 학술 세미나장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의 의미는, 자칫 전남대학교 자체의 입장으로 보이기 쉽다.

이런 와중에 인권센터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책무나 권리가 없다’는, 소위 중립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사회적 약자에게 퍼부어진 혐오 표현에 대해 ‘중립’을 고수하는 것은 강자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게다가 전남대학교 인권 센터가 보장해야할 것은 다름 아닌 인권,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평등 등의 기본적 권리’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의 연구책임자 등을 맡았던 홍성수 교수는 책 ‘말이 칼이 될 때’를 통해 혐오표현의 해악을 세 가지로 규정한다.


“혐오표현에 노출된 소수자 개인 또는 집단이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고, 누구나 평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공존의 조건’을 파괴하며, 그 자체로 차별이고,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 것이다.

“2016년 국가 인권위원회 연구에서 혐오표현 피해를 입은 소수자들이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일과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배제되고 두려움, 슬픔, 지속적인 긴장, 무력감, 자존감 손상으로 인한 자살 충동, 우울증, 공활 발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다양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혐오표현을 ‘영혼의 살인’ 또는 ‘말의 폭력’으로 지적한다.

그렇기에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학술 세미나는 전남대학교 성소수자 학생들을 향한 “직접적인 위해”임에 다름없다. 특히 전남대학교 내에 성소수자 동아리가 ‘라잇온미’와 ‘큐페’ 등 두 곳이나 있기에 그들의 존재를 지울 수도 없다.

두 동아리는 직접적인 공포와 분노를 느끼며 이에 대한 항의 성명과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남대학교는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위해가 없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태도를 보여도 괜찮은가.

전남대학교 인권센터와 달리,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2015년 표현의 자유를 위한 국제 인권단체 ‘article 19’가 발간한 ‘혐오표현 해설집’을 번역, 혐오표현 대응법을 학내에 배포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2017년에는 인권센터 학술자료 게시판 해당 번역집을 게재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올려뒀다.

해당 책자에서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구체적으로 혐오표현을 어떻게 유형화하고, 각 유형별로 법, 정책 및 교육 등을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한국의 혐오표현 실태를 중요하게 고려해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이라도 전남대학교와 인권센터는 학술 세미나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인권센터의 ‘진정 기각 결정’ 공문의 상단에는 ‘Pride & Hope’라는 전남대학교의 캐치프레이즈가 수놓여있다.

그러나 전남대학교는 정작 성소수자의 프라이드와 희망을 짓밟고 있다. 특히 인권을 지켜야할 ‘인권센터’는 묵묵부답이다. 직접적인 위해는 단순히 사람에게 물리적 폭력을 저지르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언어적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을 포함한다.

‘사회적 차별을 용인하라’는 선동을 전남대학교의 이름으로 주장했다는 것은, 인권도시 광주의 수치이자 부끄러움이다. 다시 한 번 전남대학교는 사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2018년 7월 3일

광주혐오문화대응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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