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음악칼럼]

도심에서 떨어진 한적한 시골집에서 자다보면 밤에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질 때가 있다. 어디에서 나는 소리일까? 무슨 소리일까? 갑자기 왜 그런 소리가 나는 걸까? 왜 그러지? 혹시 귀신?

갑자기 등짝이 서늘해질 때면 놀란 가슴 부여잡고 소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불을 켜고 이쪽저쪽 헤매면서 사방을 뒤지는 경우가 있다. 소리의 행방을 찾게 되면 ‘아! 이것 때문에 나는 소리구나.’하며 납득하고 다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지만 소리의 행방을 찾지 못하게 되면 계속 찝찝한 채로 자리에 다시 눕게 되고 누워서도 무서움에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오만 잡생각을 하며 뒤척이다가 결국은 잠자리에 들게 되는 경우가 있다.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5월이 지나 6월이 되면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더위에 몸을 사리게 된다. ‘여름’이라고 하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대체로 무슨 단어를 떠올리는 것일까?

휴가, 방학, 바닷가, 수영장 등 수많은 단어가 여름을 상징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어만 듣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등짝이 오싹해지고 싸늘해지는 귀신, 유령에 관한 이야기는 어떠할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죽음의 무도’는 프랑스가 낳은 천재적인 음악가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ёns, 1835∼1921)가 1874년에 작곡하여 그 이듬해인 1875년에 파리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생상스에게 있어 그 어떤 곡들보다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그에게 있어서는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가져다준 최고의 대표작이다.

그런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그 어느 연주자가 직접 연주한 버전보다 우리나라에서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2008년∼2009년 시즌에서 쇼트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한층 더 알려지게 되고, 2009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거머쥠과 동시에 ‘죽음의 무도’음악은 그 환상과 사랑의 절정을 김연아의 무대와 함께 이룬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고요한 적막함이 끝없이 흐르는 한밤중에 죽은 자의 영혼이 돌아와서 무덤에서 해골들이 일어나 함께 한바탕 춤을 추다가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놀라 각자 흩어져버린다는 내용으로, 그 생생한 장면들이 마치 눈가에 아른거리듯 각 악기들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묘사한다.

시작부터 음산한 화음으로 죽음의 무도를 여는 줄거리와 소리의 울림으로 따지자면 오싹하고 해괴하기 짝이 없지만 잠시나마 그들의 죽음을 상상해서 헤아린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무서워서 오싹하지도 해괴하지도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살아가는 시간의 행복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절망 속에서 살다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이들이 있을 것이고.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서 목숨을 다한 이도 있을 것이며.
이승에 두고 온 사람들에게 못다 한 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가진 이도 있을 것이니.

이들의 영혼이 돌아와 해골로 무덤에서 일어나 아무도 보지 않는 적막한 한밤중에 그들만의 가슴에 쌓여있는 한(恨)을 신명나게 한 판 푸는 광란의 춤을 춘다고 하는 것으로 생각을 한다면 굳이 무섭지도 오싹하지도 해괴하지도 않지 않을까.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프랑스의 시인 앙리 카자리스(Henri Cazalis)의 시에 바탕을 두고 피아노 반주에 의한 가곡으로 작곡하였는데, 후에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다시 발휘하여 오케스트라를 위한 생생하고 환상적인 음색을 표현한 교향시로 재탄생 된다.

악곡의 재편성에 의해 더욱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는 죽음의 무도는 죽음 또한 삶의 일부분으로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했던 중세시대 사람들의 풍속을 풍자한 것이다.

‘삶과 죽음은 하나다’고 말하는 어느 작가의 말을 빌리면, 아무도 보지 않는 적막한 시간에 무덤 속에서 나와 이승에서 지녔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함께 어울려 자신들이 지니고 있었던 마음속의 스트레스를 마음껏 한바탕 풀고 간다고 하는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행동과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유쾌한 장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가.

올해 한여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오싹함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의 귀신과 유령들의 광란한 춤에 자신의 스트레스도 얹어 보는 것은 어떠한지.

클래식버전으로 듣는 것이 약간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2009년 세계선수권 김연아 선수의 영상을 눈으로 보면서 귀로 그 위안을 얻으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시길.


** 윗 글은 <광주 아트가이드> 104호(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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