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가 아니라 진정한 대책을 마련하라!"

성명 [전문]

어제 우리(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는 가슴 아픈 소식을 접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반달곰이 14일 올무에 걸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은 전남 백운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반달곰 KM-55’(이하 KM-55)이 위치 추적을 위해 부착한 발신기로부터 이상음이 수신돼 이날 오전 현장을 확인한 결과, 오른쪽 앞발에 걸린 이동형 올무가 다래 덩굴에 엉킨 채 숨져 있었다고 한다.

공단은 불법 엽구(짐승을 사냥하는 데 쓰는 도구) 설치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반달곰을 비롯한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주민 협력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먼저 우리는, 올무에 걸려 긴 시간 고통스러워했을, 그 고통의 시간이 죽음까지 가기까지 힘겨웠을 KM-55에게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전한다.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위한 실천에 게으른 우리 스스로를 반성한다.

KM-55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들이 올무 등 불법 엽구에 의해 죽었을까 짐작되었다. 불법이 횡횡하는 대도 그대로 놔두는 지자체, 불법 엽구 설치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부, 대체 ‘공존’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가!

또한 우리는 발신기 부착 반달곰 모니터링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KM-55은 작년부터 백운산 지역에 터를 잡고 살고 있었고, 작년과 올해에 걸쳐 꿀통 피해도 발생하였다.

그런데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장소에서 여러 날을 머물렀을 텐데, 이것을 일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종복원기술원(이하 기술원)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고 후 뒷북치기식,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고조차 막지 못하는 반달곰 보전사업에 대해, 그 체계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한다. KM-55가 백운산으로 간 후 백운산 주변의 올무 등을 제거하기 위해 환경부와 지자체는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기술원은 백운산 자락에 사는 주민들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는 활동을 얼마나 하였는가!

우리 모두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보다는 반달곰 공존 협의체를 만들어 회의하는 형식에만 치중한 게 아닌가? 공존을 위한 구체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예산에만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가?

다시 한번, 거듭 요구한다. 환경부는 반달곰을 포함한 종복원사업 전반을 심의하고 결정할 ‘(가칭)종복원위원회’을 구성하고, 종복원 전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전망을 수립하라! 환경부와 기술원, 지자체는 올무 등 불법엽구의 불법성과 문제점 등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이의 수거를 위해 지역시민사회와 적극 협력하라!

KM-53는 교통사고로, KM-55는 죽음으로, 반달곰들은 우리 사회에 외치고 있다. 진정한 대책을, 구체적인 실천을, 더 늦기 전에 내놓으라고! 이제 진정성 있게 답하자. 말과 형식이 아닌 마음과 행동으로!!

2018년 6월 15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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