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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대법원장이란 자리내가 나가야 하는가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18.06.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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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판사의 입을 쳐다보는 피고의 가슴은 얼마나 떨릴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판사의 입 모양을 주시했다고 한다. 입 모양을 보고 판결을 알았다는 것이다. ‘사형’이면 입이 벌어지고, 유기형이면 입이 오무라졌다고 했다.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심정은 어떨까. 오로지 법과 정의와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니까 한 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일까. 인혁당 사건에서 사형을 선고한 대법관들은 판결 다음 날 새벽에 사형이 집행되고 가족들은 시신도 보지 못한 채 통곡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심정이었을까.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이 열리는 대법정. ⓒ대법원 누리집 갈무리


인혁당 사건은 사형이 집행된 후 30년이 지난 2005년 무죄가 됐다. 무죄 판결을 본 당시에 판사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사형당한 사람들의 얼굴이 꿈에 보이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을 아버지를 죄 없이 보낸 사람들의 피 맺힌 한을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무죄가 확정된 후에도 그들은 고위법관으로서 예우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나는 신도 실수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물며 온갖 결함이 많은 인간이다.

■법의 독립

사법부가 시끄럽다.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사법부의 신뢰가 위기에 처했다고 할 것이다. 사법부도 사람이 일하는 곳인데 어찌 문제가 없겠느냐고 할지 모르나 오늘의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검찰의 신뢰가 떨어져 ‘검새’라는 비아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남이가’로 유명한 김기춘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함께 박근혜 탄핵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부끄러운 검찰상의 상징처럼 되어있다.

박정희 독재시대 국가정보원에 파견된 검사들이 저지른 행위는 검찰상을 돌이킬 수 없는 수치의 얼굴로 만들었다. 최연소 사시합격의 기록을 자랑하는 검사는 민정수석이라는 권력으로 국정농단을 자행한 혐의로 수감되어 있다.

임은정·서지현·안미현은 그 엄격한 검찰조직 안에서 비리를 폭로했다. 그들이 폭로하지 않았다 해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등 일일이 꼽을 수가 없다.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여론은 물 끓듯 하고 이를 막으려는 검찰의 저항 또한 눈물겹다. 검찰이 썩었다는 말은 술상 위의 안주가 된 지 오래다. 국민을 위해 법을 집행하는 한 축이 무너진 것이다.

■뒷거래

'사법농단'의혹의 최고책임자 격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부적절한 행위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그러나 ‘자신은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거나 재판을 이용한 거래가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럼 왜 책임을 통감하는가.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전국의 법원 판사들은 왜 일제히 규탄을 하는가. 더구나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에 불응하며 “내가 가야 되냐”고 했을 때 판사들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아연했다. 사법부의 최고책임자로서 사태의 심각성을 이토록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이 정도의 수준인가.

“재판의 독립을 금과옥조” “꿈도 꿀 수 없는 일” “심한 모욕”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과연 그런가. 원세훈 사건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이 사건담당 재판연구관에게 넘겨지고 전원합의체 판결문에 핵심 근거로 인용된 것을 부정하는 것인가.

말씀자료는 무엇인가. KTX 승무원 해고 사건같이 납득하기 어려운 법리로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은 무엇인가. 상고심 관련 의혹은 무엇인가. 법관들은 이를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고 뒤집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대법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양승태가 한 말이다. 백번 옳은 말이다. 비단 대법원뿐이 아니라 하급심 판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법은 소중한 것이며 국민이 법을 불신할 때 나라는 존재할 기반을 상실하고 만다.

■한명숙과 이재용

서울고법 정형식 판사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했을 때 내 입에서 나온 비명은 ‘어’였다. 이재용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풀어줬을 때 나온 비명은 ‘아 아’였다. 한명숙의 경우는 기가 막혀서였고 이재용의 경우는 ‘역시나’ 의 탄식이었다.

법관은 법과 정의와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한다고 알고 있다. 어느 법관을 붙들고 물어봐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국민에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인가. ‘역시 법과 정의와 양심’이라고 말 할 것이다. 그러나 한 마디가 더 붙는다. 상식이다. ‘법과 정의와 양심과 상식’이다.

마지막이라며 대법원에 호소한 KTX 승무원, 대법원에서 외면당하자 목숨을 끊었다. 더 이상 호소할 곳도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다. 한데 이것이 정권과 법원의 거래 때문에 빚어진 판결이라면 어찌 되는가.

지금 박근혜 정권과 법원 간에 거래 때문이라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법관들이 진실을 밝히기를 원하고 당시의 대법원장이던 양승태에게 조사에 응하라고 요구한다. 그는 “내가 나가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럼 누가 나간단 말이냐.

법이 평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법원이 뒷거래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 책임은 어느 누구라도 피할 수 없다. 검찰이나 법원이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난의 언덕을 넘어 여기까지 왔다.

이제 불의한 권력과 거래나 하면서 살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세상이 달라진 것은 모르는가. 이제 서로 이를 가는 증오의 시대는 간다. 남과 북이 서로 손잡고 ‘우리는 하나’임을 깨달을 때가 온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통치 아래 허우적대던 대법원장도 이제 정의와 양심을 찾아야 한다. 양승태는 조사를 받아야 한다. 아니 조사 이전에 사실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이제 ‘법새’라는 말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kmlee3612@fact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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